양법/ 양귀/ 방퇴귀

양법/ 양귀/ 방퇴귀

아리톡 0 65

양법禳法 양귀攘鬼 방퇴귀防退鬼

예로부터 인간의 사고思考로는 이해 또는 납득 할 수 없는 일이 생길때 <혼魂> <영靈> <신神>에 의해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인간은 개인에서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재화(災禍)를 면하고 복福을 얻기 위하여 신에게 제사하고 기원하였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인간의 일이 신의 뜻에 의하여 좌우되고 악귀(惡鬼)의 조화(造化)에 의하여 질병 , 사망 등 불행이 초래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생활 속에서 신을 공경하고 악귀를 막고 쫓는 양귀법(攘鬼法)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인간이 재화를 면하기 위하여 방퇴귀(防退鬼)하는 양귀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귀신을 적대시하고 공격적으로 위협하여 쫓아내는 방법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駕洛國記)의 수로왕(首露王) 이야기에서 보면, 수로왕과 오가야(五伽倻)의 시조(始祖)가 구지봉(龜旨峰)에 내릴 때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라고 주문(呪文)을 외게 했다.

이것은 수로왕 탄생과정에서 보여주는 출산주술(出産呪術)로서 적극적 축귀(逐鬼)의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또 무술(武術)을 닦는 비범한 무인(武人)의 눈에는 요귀(妖鬼)가 보이고 무술인의 정신력으로 요귀를 쫓을 수 있으니 고려의 강감찬(姜邯贊) 장군과 조선의 남이(南怡) 장군이 요귀를 쫓아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남이장군의 예를 보면 무술을 닦던 시절 동네 청년들과 연을 날리고 있었다.

그 때 한 하녀가 광주리에 감을 담아 머리에 이고 가는데 그 감 위에 요귀가 앉아 있는 것이 남이의 눈에만 보였다.

남이는 ‘저 감을 먹는 사람은 죽겠구나’생각하고 그 하녀를 따라 집 안에 들어섰더니, 주인집 딸이 금방 죽어 가고 있었다.

집안이 난리가 난 것 같은 북새통에 남이가 보니까 요귀가 처녀의 목을 누르고 있는지라 호통을 쳐서 요귀를 쫓아냈다.

그러자 그 처녀는 다시 살아났다.
비범한 남이의 위협조 호통에는 요귀도 달아나고 만 것이다. 근래에 와서도 이러한 위협적인 축귀방법을 볼 수 있다.

가정에서 가족 중 한 사람이 병을 앓을 때 무녀(巫女)나 가족이 부엌칼을 가지고 바가지를 두드리거나 문지르면서 귀신이 물러가도록 소리친다.

이 역시 다분히 위협적인 축귀방법이다.
칼은 곧 호신(護身)과 공격(攻擊) 양용(兩用)의 무기로서 위협적이고, 바가지는 생산신적(生産神的)인 뜻을 지닌데다가 바가지 소리 자체도 귀신을 쫓는 주력(呪力)을 지니고 있다. 

정초(正初)에 농촌에서 하는 지신(地神)밟기도 가정의 1년 동안의 평안을 위해 그 집의 지신을 흡족히 해주고 잡신(雜神)을 쫓아내는 적극적인 양귀법의 하나이다. 

이와 반대로 양귀의 또 한 방법으로는,
귀신의 위력에 굴복하여 공물(供物)을 접대해서 귀신을 환대하고 공경함으로써 노여움을 풀고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방법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서 서울 , 경기지방의 민간에서 행했던 것으로 마마배송(綾綾拜送)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악질 유행병인 천연두(天然痘)가 두신(痘神)에 의해서 병이 얻어지는 것으로 알고 배 모양을 만든 후 두신을 태워 멀리 보내는 것인데 두신은 천연두 자체를 공경하는 뜻이다. 

천연두는 경칭(敬稱)인 ‘마마’로 부르는가 하면, 귀한 분이라는 의미인 ‘손님’이란 말로 부른다. 

두신을 보내는 방법으로는 상마(上馬) , 가마니 , 기(旗) 혹은 우산을 이용하기도 한다.

상마는 추목(萩木) 3개로 만든 것으로서 두신을 태우고 상마의 목부분에 등(燈)을 매단 후 철고리로 다시 묶는다.

등은 마등(馬燈)을 의미하며 철고리는 목고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두신이 먼 곳으로 잘 찾아 떠날 수 있다는 민간요법이다.
 
그 외에도 가정에서 병고에 시달리거나 불상사가 생기면 무당을 찾고 그것이 질병신(疾病神)이나 원귀(寃鬼)에 의한 것으로 생각될 때 굿을 해서 치병(治病)해 주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는 귀신이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물질이나 색깔 , 냄새 등의 주력에 의해서 귀신을 쫓는 경우이다.

민간에서는 가위를 대문 안 쪽에 걸어 두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집을 팔려고 내놓았으나 쉽게 팔리지 않을 때 쉽게 팔리게 하기 위한 주술법(呪術法)이다.

집이 팔리지 않는 것이 매매를 방해하는 잡귀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가위로 잡귀를 위협하여 쫓음으로써 집이 쉽게 팔리게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가위주술은 이미 신라 때부터 있었던 듯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 조성된 경주의 안압지(雁鴨池) 발굴조사에서 사용할 수 없는 납가위가 많이 출토되었는데, 이것은 양귀와 관련된 주술용 가위가 아닌가 보고 있다. 

또 경북지방에서는 사나운 가시가 달린 엄나무가지를 방문 앞에 걸어 두는데 이것은 사나운 가시로 잡귀를 쫓기 위한 것이며 복숭아나무도 잡귀를 쫓는 주력을 지니고 있다.

복숭아나무 중에서도 특히 동쪽으로 뻗은 가지를 꺾어서 잡귀를 쫓고 방액(防厄)하는데 사용한다.

그런데 이 복숭아나무는 그 집안의 조상신까지도 쫓는다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집 안에 복숭아나무를 잘 키우지 않는다. 

복숭아나무를 양귀에 사용한 것은 중국에서 이미 성행했으니, <후한서(後漢書)>의 기록에 보면 복숭아나무 가지로 열병환자의 침소(寢所)를 휘둘러 악귀를 퇴산(退散)시키고 병을 낫도록 했다.

또 복숭아나무 가지 주부(呪符)를 문 앞에 걸어 놓아 악귀가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어 분묘선정지(墳墓選定地)나 건축예정지에 꽂아 놓아 악귀를 퇴산케 하였던 것 등을 보아 알 수 있다.

<지나민속지(支那民俗志)> 권1에 의하면 중국 하(夏)나라 때의 무장 예(楙)가 회남자(淮南子)에게 복숭아 나무로 만든 대장(大杖)에 맞아 죽었는데 그로부터 귀(鬼)는 복숭아 나무를 두려워 한다고 하였다.
복숭아 나무는 양색(陽色)인 청색(靑色)인데다가 신술(身術)에 능한 예 같은 무장도 복숭아 나무로 타살됨을 보고 귀신도 두려워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복숭아 나무로 귀신을 쫓게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붉은 색을 띠고 있는 황토(黃土)나 붉은 고추 , 팥 등도 잡귀를 막아 주는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제(洞祭) 때에 보면 동제당(洞祭堂)의 주위와 제관(祭官)의 집 문 앞 등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곳곳에 뿌린다.

이것은 제사를 지낼 때까지 잡귀와 모든 부정(不淨)한 것을 금하기 위해서이다.

자식을 낳았을 때 금줄에 붉은 고추를 달며, 간장을 담글 때 붉은 고추를 띄우는 것도 잡귀와 부정한 것을 금하기 우해서이고, 동지 때 팥죽을 쑤어 벽에 뿌리는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이다. 

음양설(陰陽說)로 볼 때 황토나 고추 , 팥 등은 모두 붉은 색인데 붉은 색은 음양 가운데 양에 속하는 색으로서 음성(陰性)인 귀신에게 양색인 붉은 색을 대항시켜 귀신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이 된다.

이외에도 민간에서 흔히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것이나 또 새로운 집에 이사 들어서 팥죽을 쑤는 것도 같은 예이다.

몸에 옻(漆)이 올라 옻독(漆毒)이 생겼을 때 닭피를 몸에 바르는 것도 같은 예로 볼 수 있으며, 특히 말의 피(馬血)를 대문이나 담장에 바르면 잡귀나 도깨비 등이 근접을 못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양귀법에 붉은 색을 사용한 것은 신라 때에 이미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경주지방의 신라고분(新羅古墳)을 보면 석곽묘(石槨墓)의 부장품(副葬品) 한가운데에 적색(赤色) 토기(土器)가 놓이고 그 주위로 일반 흑회색(黑灰色) 토기(土器)가 놓여 있는 예가 많다.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인 천마총(天馬塚)의 경우에도 목곽 위에 돌을 둥글게 쌓고 그 적석 위에 붉은 점토(粘土)를 일정한 두께(20cm)로 덮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장품 중에는 붉은 색으로 새가 그려진 채화판(彩畵板)이나 역시 붉은 색으로 새가 그려진 칠기잔(漆器盞), 붉은 칠(朱漆)을 한 새 모양의 컵 등이 출토되었다.

이것은 유택(幽宅)과 관계되는 주술(呪術),
즉 유택에 잡귀와 부정한 것을 막기 위한 주술로 볼 수 있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신석기시대말의 지석묘(支石墓) 속에서도 홍도(紅陶)라고 하는 붉은 색 토기가 인골(人骨)의 머리맡 쪽에서 발견되었다.

이것 역시 신라시대의 석곽묘나 적석목곽분의 경우와 같은 예로 볼 수 있으니 이미 오래 전부터 양귀에 붉은 색을 사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게시물은 아리톡님에 의해 2024-08-16 21:44:01 무속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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