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 천봉산 (산신령이 영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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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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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5:00







형형색색 띠두른 '靈山' 전설이 살아있다.
상주시의 외곽지인 만산동에 가면 해발 400m도 채 안 되는 천봉산이 자리하고 있다.
천봉산은 옛날부터 무속신앙과 산악숭배신앙, 성황당 신앙 등과 같은 각양각색의 민속신앙이 전승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천봉산은 상주의 진산이면서 영험한 산으로알려져 왔다. 지금도 매월 음력 초하루나 그믐,보름날이면 무속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천봉산 산신령이 영험하기 때문이란다.
火山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위해 마을입구에 세운 돌탑
그래서 산중 곳곳에는 각양각색의 무속신과형형색색의 헝겊으로 장식되어 있는 굿당과 굿터가 마련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도 이곳을 찾아 제사지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성황사와 영암각, 산신당이 중심을 이룬다.
천봉산 민속신앙은 산 아래에 있는 만산동 안너추리라는 마을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
안너추리 마을은 여느 마을과 다른 느낌을 준다. 마을에 들어서면 입구에 커다란 돌무더기 하나가 앞을 가로막고 그 너머에 천봉산 정상이 눈길에 들어온다. 마을 사람들은 돌무더기를 돌탑혹은 조산이라 부른다.
바위에 집을 지어주자 나쁜 변괴가 사라지고 해마다 풍년이 들었다는 영암각.
자연석으로 가지런히 쌓아올린 돌탑 옆에는느티나무 한그루가 서 있고 사방에는 水자와 火자를 새긴 돌기둥을 세웠다. 이 마을에 화산이비춰 화재가 잦으므로 불을 물로 막는다는 뜻에서 이 돌탑과 돌기둥을 세웠다고 전한다.
마을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화산이 천봉산이다. 천봉산 꼭대기에는 `음경바위’ 혹은 `불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이것이 마을을 쳐다보고 있어서 화재가 잦다고 믿는다. 불바위에서 비롯되는 화기를 막기 위해서 마을 입구에 조산을 세운 것이다.
성황사 전경
이 바위를 음경바위로 불리는 이유도 참 재미있다. 음경은 남자의 성기를 뜻한다. 음경바위건너편 석문산이라는 산에는 여성을 상징하는`공알바위’가 있는데, 음경바위를 그쪽으로 돌리면 그곳 마을 처녀들이 바람이 난다는 이야기가 예로부터 전한다.
이 바위는 지금 밑둥치만 남긴 채 파손되었다.
화재를 일으키고 처녀들을 바람나게 한다는 이유에서 마을 사람들이 깨트렸다고 한다.
안너추리 마을 사람들은 매년 조산에 제사를올린다. 천봉산 정상 천제단에서 천제를 올리고천봉산 중턱에 있는 산신제당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조산에서 골맥이 제사를 올린다.
하늘의 천황과 천봉산의 산신, 골맥이신이 모두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을 안길을 지나 천봉산에 오르면 바위틈 곳곳에 무속인들이 신이라고 믿는 다양한 모양의인형들이 모셔져 있다.
산중 곳곳 갖가지 이야기 가진 무속신 즐비
해마다 무속인.지역주민 제사 발길 이어져
그곳을 지나면 영암각(靈巖閣)과 성황사(城隍祠)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작은 규모의 기와집을 만날 수 있다.
영암각은 문자 그대로 영험한 바위를 모신 집이다.
산신당 근경
바위는 높이가 9m, 둘레가 18m나 된다. 영암각의 본래 이름은 미륵당이었다가 조선 후기 유교의 영향을 받아 영암각이라는 현판이 걸리게되었다.
영암각 바위 밑에는 제단이 설치되어 있고 여러 모양의 불상과 제사도구들이 진설되어 있다.
주변에는 수많은 촛농들이 쌓여 있어 민속신앙의 대상물임을 단번에 알 아 볼 수 있다.
영암각이 지어진 데는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 상주목사들이 북쪽으로 행차를 하면 잦은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한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상주 목사의 꿈에 큰 바위 하나가 흔들거리며 나타나 “원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비록 하찮은 돌이지만 소원을 들어주시면 복쪽의 악귀도 제거하고 상주고을을 평화롭게 하겠습니다.”라고 애원하였다.
계모를 피해 산에 숨었다가 굶어죽은 남매가 꿈에 나타나 신상을 깎아달라고 애원해 만들었다는 성황사 내부의 남매신상.
이상하게생각한 뒤 다시 잠을 청하자 바위가 다시 나타나 “제발 비바람이라도 피하도록 해 주시면 상주고을을 태평성대하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뒤 홀연히 사라졌다. 꿈자리가 이상하다고 여긴 목사는 사람을 풀어 꿈에 본 바위를 찾게 하였다.
수소문 끝에 천봉산 현 위치에서 바위를 발견한 것이다. 목사의이야기를 전해들은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바위를 덮고 에워싸는 집을 지어주자 바위가 목사의 꿈에 다시 나타나 “목사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상주는 악귀가 없는 평화로운 고을이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후로는 상주고을에 나쁜 변괴가 사라지고해마다 풍년이 드니, 미륵의 음덕이라고 믿게 되었고, 바위를 미륵당으로 숭배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처에 전승되는 큰 바위 숭배 신앙이 천봉산에서는 불교와 무속신앙이 습합된 채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영암각 내부
영암각 바로 위에는 성황사가 있다. 성황사는본래 중국 송나라에서 전래된 신앙형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이 주도하여 고을마다 고을을 수호하는 성황신을 모신 집을 짓고 제사를 올렸다.
상주고을 성황사는 본래 거리에 떠돌아다니는원귀들을 모시는 서낭당이 있던 자리였다. 서낭당에는 집은 없었고 큰 돌무더기만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이 자리를 헐고 성황사를 지은 것이다. 천봉산성황사도 다른 성황사와 마찬가지로 고을 수령이나 호족들이 관리하고 제사를 지냈으나 지금은 상주에 살고 있는 상산박씨 문중이 관리하고제사를 지낸다.
천봉산 성황사는 3칸 규모의 평범한 一자형기와집이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성황사라기 보다는 굿당을 연상시킬 정도로 꾸며 놓았다.내부는 단청으로 장식하였고 정면 벽에는 무신도가 걸려 있다. 무신도 밑에 선반과 제단을설치하였다. 선반위에는 청홍의 비단옷을 차려입은 남녀 한 쌍의 신을 모셔놓았다. 마을사람들은 남녀 한 쌍을 남매라고 믿는다.
성황당
여기에는 그럴만한 전설이 있다. 전설인 즉은,옛날 안너추리 마을에 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친엄마는 죽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계모가 남매를 구박한 나머지 천봉산에 숨어 지내다가 굶어죽었다. 나무꾼들이 죽은남매를 발견하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무덤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날 밤 나무꾼의 꿈자리에 나타나 자신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신상을만들어 달라고 애원하였다.
다음날 나무꾼은 좋은 나무를 골라 남매 모양의 신상을 깎아 정성껏 모셨고, 나중에 집까지지어주었다고 한다.
천봉산 성황신 전설은 민간신앙인 서낭당 전설의 구조와 흡사하다. 서낭당에 얽힌 대부분의전설이 원통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봉산 성황사가 본래 서낭당 자리였으니 원통하게 죽은 남매가 서낭당에 모셔졌다가 성황사로 바뀌면서 성황신으로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천봉산 성황사만이 갖는독창성이 아닐 수 없다.
독창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황사의 남매성황신은 유교집단이 숭배하는 신인 동시에 무속집단이 숭배하는 무속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매년 4월 초파일에 지내는 성황제는 유교식으로지내지만, 정월대보름에 남매 성황신에게 비단옷을 갈아입히고 치성을 올리는 사람들은 무속인들이기 때문이다.
성황사를 벗어난 산기슭에는 무속인들이 치성을 올리는 굿터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남매당과 산신당이 대표적인 굿터이다. 천봉산은 그리높지는 않지만 산위에서 살펴보는 경관 때문에등산객들도 제법 찾아드는 곳이다. 등산과 더불어 우리의 민속신앙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싶다.
정보
- 주소 경북 상주시
- 구분 기도터
- 신줄력 산신
- 산줄기 속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