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人神)과 원령(怨靈)

인신(人神)과 원령(怨靈)

아리톡 0 72

인신(人神)과 원령(怨靈)

귀신은 사람이 죽음으로 해서 그 말이 비롯되며 그 기(氣)가 유산(游散)하여 오르면 신(神)이 되고 내리면 귀(鬼)가 된다고 하여, 이익(李瀷)이나 김시습(金時習) 등은 일반적으로 한 개념 속에 포괄하는 귀신을 신(神)과 귀(鬼)로 구분하여 음양설(陰陽說)로 해석하려 하였다. 

무속(巫俗)에서도 영혼을 생령(生靈)과 사령(死靈)으로 구분하고 사령 중에서도 조령(祖靈)과 원혼(老魂)으로 세분하여 생전에 순조롭게 살다가 저승으로 들어간 혼령은 선령(善靈)이 되고 생전의 원한이 남아 저승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부랑(浮浪)하는 혼령은 이승에 남아 악령(惡靈)이 되는 것으로 상정(想定)하고 있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인귀(人鬼)는 인신(人神)과 원령(怨靈 또는 善神과 惡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인신(人神)부터 살펴보기로 하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한 나라를 이룩한 시조(始祖)나 그 나라의 유명한 인물, 특히 민간(民間)에서는 무인(武人)을 사후(死後)에 신(神)으로 숭배하여 받들고 있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단군(檀君)은 사후 아사달(阿斯達)의 산신(山神)이 되어 고대에서부터 이미 숭배되었고 현재에도 신흥종교의 유파(流波) 중에는 단군신(檀君神)을 믿는 계파(系派)가 존재하고 있다. 

고구려에서는 시조인 주몽(朱蒙)을 국조신(國祖神)으로 상정하여 국가의 운(運)을 기원하였으며, 신라의 혁거세(赫居世)는 현재에도 경주 반월성내(半月城內) 숭덕전(崇德殿)에 모셔져 향사(享祀)를 받고 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창전동 산 2번지 와우산(臥牛山) 동남쪽에 있는 공민왕사당(恭愍王祠堂)에서 공민왕과 최영장군(崔瑩將軍)을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받들고 있다.

또 이곳에서 멀지않은 대흥동(大興洞) 416번지 동산에는 최영장군을 모신 당집이 있다.

당우(堂宇)에는 최영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매해 음력 정월과 7월초에 제사를 드리는데 이 지역에 자주 있던 화재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무장(武將)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이 임경업장군신(林慶業將軍神)이다. 임경업은 지방의 수호신(守護神)으로서도 숭배되고 있지만 무신(巫神)으로도 모시고 있다. 

외국인으로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 신으로 모시는 인물은 중국 한(漢)나라 때의 관우(關羽)가 있다. 관우는 중국 역대의 지용(智勇)과 덕(德)을 겸비한 가장 존경받는 뛰어난 무장(武將)으로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관우는 서울 숭인동의 동묘(東廟), 전주(全州)의 관우묘(關羽廟) 등 여러 지역에서 무신(巫神)으로 존신(尊信)되면서 향사(享祀)를 받고 있다.

관우는 사후에도 한국에까지 그의 무덕(武德)을 끼칠 만큼 숭배의 대상이 되었으니 임진왜란 당시 관우의 말발굽 소리와 그의 호통 소리에 왜병(倭兵)들이 놀라 혼비백산(魂飛魄散)했다고 하며 그 때의 말발굽이 바위에 찍혀 있다는 등의 전설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또 특별한 인물이 아닐지라도 한 마을이나 산 등 일정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숭상되는 것은 존신(尊神)으로서 선신(善神)에 해당된다. 

한편 원령(怨靈)은 귀(鬼)의 개념에 묶이는 손각씨 · 몽달귀신 · 영산 · 수부 등의 사령(死靈)으로서 즉 귀령(鬼靈)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로 귀신(鬼神)하면 이 악령에 해당하는 귀(鬼)를 뜻한다.

이 악령은 사령 중에서 생전에 고생과 고뇌 속에서 살다가 죽어 원한이 남아 있거나 비명(非命)에 죽게 되었든지, 억울하고 원통하게 죽어서 저승에 편안히 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서 부랑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혼령은 대체로 악귀(惡鬼)로 변하여 인간을 해치게 된다고 믿는다. 

이 악귀로 변한 혼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간을 해친다.
즉 자기 친척 일원에게 붙어 병을 앓게 하거나 일을 방해하여 뜻대로 되지 않게 하는 경우도 있고 또 가정 전체에 불운의 화(禍)를 끼쳐 손재(損財)를 보게 하든가 화재를 당하게 하는 등 가정적인 손실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가족도 없이 악귀로 변한 혼령은 외로이 떠돌며 더욱 가혹하게 인간을 괴롭히고 해를 끼쳐서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원통하게 죽거나 비명에 죽었을 경우 그 가족은 해원굿(解寃굿) 등을 해주어 죽은 혼령의 원한을 풀게 해서 저승에 편안히 가도록 한다.

불교의식에서도 죽은 자의 혼령을 극락으로 천도(薦度)해 주기 위해 절에서 49재(四十九齋)를 지내준다. 이와 같이 가족이나 친척들이 굿을 해 주거나 재를 올려서 이승에서 방황하는 원령의 한이 풀어지면 그 혼령은 저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인귀(人鬼)는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었든가, 억울하고 원통하게 죽어서 귀(鬼)의 개념이다.
[이 게시물은 아리톡님에 의해 2024-08-16 21:46:24 무속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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