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원귀(水死怨鬼)

수사원귀(水死怨鬼)

아리톡 0 217

수사원귀(水死怨鬼)

원귀 중에는 물귀신이라고 하여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혼령이 원귀로 나타나기도 한다. 

원귀 중에서도 물에서 죽어 원귀가 된 이 물귀신(水死寃鬼)는 원한이 깊고 잔인하여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아주 잔혹한 해를 끼친다. 

이 물귀신은 바다와 큰 연못 그리고 강의 물살이 빠른 곳이나 역시 하천의 물살이 빠른 곳에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어부들이 사나운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심한 풍랑을 만날 때에는 도리없이 사고를 당하여 수사(水死)하는 경우가 많으며, 강이나 하천 등에서 수영을 하다가 빠른 물살에 휘말려 죽는 경우가 많다. 

바다에서의 어업은 어촌의 생업과 직결되는 것이니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나가 작업을 해야 하며 작업 도중 사고를 일으켜 생명을 잃는 수가 많으니, 이렇게 죽게 된 사람 중에는 너무 억울하여 그 혼령이 승천(昇天)하지 못하고 바다에 떠도는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되거나 원귀로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한번 사고가 난 곳에서 재차 사고가 나면 그것은 물귀신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곳을 기피하거나 제(祭)를 올려 주기도 한다. 

바다의 물귀신은 어부를 잡아갈 뿐만 아니라 고기잡이도 방해하고 밤 늦게는 고기잡이배를 먼 곳으로 유인하여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믿고 있다. 

해안이나 도서지방 어촌의 경우, 자기 가족 중에 수사한 사람이 있는 집에서는 음력 설날 새벽(대개 0시에서 5시 사이) 그 집 주부가 목판에 간단한 제물을 준비하여 가지고 바닷가에 가서 수혼제(水魂祭)를 지내 준다.

대개 제물은 목판에 담은 채 바닷가에 놓아 두고는 바다에서 죽은 사람의 외로운 혼을 위로해 주고 저승에 편안히 가기를 빈다.

제사 시간은 길지 않으며 제물은 제사가 끝난 후에 바닷물에 일부 또는 전부를 넣어 준다.

이는 바다에서 죽은 사람의 배고픔을 면해주고 원한을 달래주기 위해서이다.

대개 미혼(未婚)의 아들이 죽었을 경우에는 어머니가 제를 지내러 나오고 남편이 죽었을 경우에는 부인이 나온다.

또한 강이나 하천에는 산을 끼거나 지형에 의하여 굽이진 곳에 유난히 물살이 빠른 곳이 있으며 그 물살의 아래쪽이나 안쪽에는 반대로 물이 흐르지 못하고 빙빙 도는 곳이 있다.

이런 곳에서 수영을 하다가 흔히 사고를 일으켜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이런 곳에는 물귀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물이 빙빙 도는 곳을 ‘용소(龍沼)’ 또는 ‘용구멍’이라고 하여 큰 구멍이 바다와 통해 있다든가, 몇 십리 밖의 큰 연못과 통해 있어 용이 다니는 통로라고 하여 이러한 곳을 기피하기도 한다. 

큰 연못의 경우는 물귀신이 사람을 해칠 뿐만 아니라 연못가에 매어 둔 송아지도 해쳐서 끌어 간다고 믿고 있으니, 송아지를 매었던 끈이 연못 속에 드리워 있었다는 이야기는 흔히 듣는 이야기다. 

특히 하천과 연못의 물귀신은 여인으로서 한밤중이면 머리를 풀고 물에서 솟아나느니, 구슬픈 울음소리를 낸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흔히 들을 수 있다. 

물에서 사고가 나는 곳은 깊고 물살이 빠른 곳이다.
그래서 물귀신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깊은 곳에 들어가기를 피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천이나 연못에서 수영을 하다가 빠져 죽는 경우는 물귀신이 사람의 다리를 잡아당기거나 몸을 끌어가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물귀신은 물에 들어온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지만 한 마을에 화를 가져오게 한다고도 믿고 있다.

이러한 예로서는 마을의 큰 연못에서 머리를 산발한 여인이 마을 쪽을 향하여 물 위로 솟아오르면 그 마을에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믿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물귀신은 대체로 여인으로 화신(化身)하여 나타나고 때로는 노인이나 동자(童子) 등 남자로 현현(顯現)하기도 하나 형체는 없이 물 속에서 힘을 작용하기도 한다. 

전북(全北) 전주지방 전주천(全州川 만경강 상류)의 다가암(多佳岩) 아래 물이 빙빙 도는 용소(龍沼)가 있는 곳에서 동자가 둥실둥실 떠서 놀고 있길래 지나던 선비가 깜짝 놀라 이 어린 동자를 구하려고 했으나 동자는 간 곳이 없었다고 한다. 

또 평북(平北) 태천강(泰川江)에서는 새벽 노인으로 화한 물귀신을 본 농부가 여기서 빠져 죽은 누나의 제삿날을 찾아가는 젊은 청년이 오기에 되돌아 가도록 했더니, 그 농부의 상투를 강 쪽으로 끌어당겨 낫으로 상투를 끊었다.

그랬더니 상투가 강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로 보아 물귀신이 꼭 여인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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