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鬼神)과 도깨비

귀신(鬼神)과 도깨비

아리톡 0 71

귀신(鬼神)과 도깨비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그 혼(魂)과 백(魄)이 분산하여 있다가 하늘에 오르게 되면 신(神)이 되고 지상에 남게 되면 귀(鬼)가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생전에 괴롭고 고통스럽게 살던 사람이 죽으면 그 혼령이 원한 때문에 승천하지 못하고 원령(怨靈)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선신(善神)이나 악귀(惡鬼)나 모두 사람이 죽은 후의 그 혼령이 근본이 되는데 반하여 도깨비는 그 근본이 뚜렷하지 않다. 

도깨비는 우리 인간과 접촉하여 심술을 부리고 때로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장난을 심하게 하는 일종의 허깨비이다.

도깨비는 왼쪽 다리 하나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문헌에도 도깨비를 독각귀(獨脚鬼) · 허주(虛主) 등으로 기록하고 있다. 

도깨비의 ‘깨비’는 몸체를 뜻하는 ‘개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장작개비 · 성냥개비 등의 낱말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도깨비를 허깨비라고도 하는 것은 도깨비가 실체(實體)가 아니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도깨비에 대한 일화(逸靴)를 수 없이 들을 수 있는데, 특히 사람과 관련된 도깨비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초저녁이나 한밤중에 마을을 가로지르는 불을 도깨비 또는 도깨비불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인화(燐火)로서 인(燐)은 가벼워서 바람에 날릴 뿐만 아니라 바람에 흩어졌다 합쳐지는 등의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도깨비불로 착각하기 쉽다. 

도깨비에 대한 설화(說靴)나 일화를 통해 볼 때 도깨비는 인적이 끊긴 빈 집, 특히 나무 등이 우거져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아주 어둡고 음습(陰褶)한 곳에 살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밝은 낮에는 나타나지 않고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는 등 어둡고 음산할 때만 나타난다. 

도깨비는 혼령이 화(化)한 것이 아니어서 그 근본이 애매하지만 설화나 일화를 통해 보면 곧잘 사람으로 화하여 나타난다.

밤길에 씨름을 청하고 귀찮게 해서 칡덩굴로 나무에 꽁꽁 묶어 놓거나 자기의 허리띠로 꽁꽁 묶어 놓은 후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거기엔 못쓰게 된 헌 빗자루나 부엌에서 불을 땔 때 사용하는 헌 부지깽이가 묶여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또 미녀(美女)로 잘 나타나 밤길 가는 젊은이를 곧잘 골탕먹이기도 한다. 미녀와 하룻밤을 잘 지냈는데 깨어 보니 헌 부지깽이나 빗자루를 안고 있었다는 식이다.

이 이야기들은 바꾸어 보면 헌 빗자루나 헌 부지깽이가 도깨비로 화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달걀귀신 이야기도 있다.
달걀귀신 역시 큰 고목(古木) 밑의 어두운 곳이나 인적이 드문 공동변소 같은데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귀신으로 특히 어린이들이 두려워하는 귀신이다.

설화에 달걀도깨비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달걀귀신도 도깨비의 일종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도깨비는 달걀도깨비 외에도 등불도깨비 · 홑이불도깨비 · 갓쓴 도깨비 · 더벅머리도깨비 · 삼태기도깨비 · 장수도깨비 등 여러 종류의 도깨비가 있다.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그 혼령이 된 것이라면, 도깨비는 설화나 일화를 통해 볼 때 헌 빗자루나 부지깽이 · 짚신 · 절굿대 등 사람이 손때 묻혀 늘 사용하다 버린 물건들이 변하여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도깨비의 성정(性情)을 보면, 귀신이 가혹하게 인간을 해(害)하여 생명을 뺏아 가는데 반하여, 도깨비는 귀신처럼 가혹하고 악의에 찬 가해(加害)보다 장난기가 가득한 심술로 인간을 골탕먹이기를 좋아해서 도깨비에게 인간이 속아 골탕을 먹거나 손해를 당해 화가 나 있는 것을 보고는 즐거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씨름을 좋아해서 사람에게 씨름을 걸어 오기도 하고 가무(歌舞)를 즐기는 등 낙천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사람에게 돈을 꾸어 가고 갚을 줄도 아는데 건망증도 대단하여 갚은 돈을 계속 갚는 우스운 면을 보이기도 하고,오기를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에게 재물을 주고 은혜를 끼쳐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도 한다. 

도깨비는 신통력(神通力)을 지녀서 하룻밤 사이에 연못을 평지(平地)로 메우기도 하고, 논에 돌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가 하면, 다시 그 돌을 다 치우고 개똥 · 쇠똥을 가득하게 쌓아 놓는 등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린다.

인간이 도깨비의 이러한 심술궂은 조화를 역이용하여 부자가 되는 설화도 많다. 

도깨비는 자기 형상(形像)의 대소(大小)에도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려 일반 사람과 같은 크기에서 하늘까지 뻗는 크기까지 보이게 하므로 사람이 도깨비와 마주쳤을 때는 다리 아래 쪽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위쪽을 쳐다보면 한없이 커져서 하늘까지 닿게 보인다는 이야기도 그런데서 온 것이다. 

도깨비는 또한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도깨비 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 도깨비방망이를 구하게 되면 소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귀신은 인간에게 재화(災禍)를 입게 하는데, 도깨비는 인간에게 재복(財福)을 주고 소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하여 인간에게 꿈을 갖게도 하는 것이 귀신과 다른 점이다. 

신통력을 가진 도깨비도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있으니 말의 피(馬血)와 말머리이다. 그런데 귀신도 복숭아나무나 엄나무 등 접근을 못하는 것이 있어 이는 도깨비와 상통하는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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