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삭의 부적

동방삭의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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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삭의 부적

"동방삭이 부적으로 저승사자를 막고 주어진 생명을 연장하다"

동방삭(東方朔)이 인간의 일생을 꽉 차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늘로부터 아무 소환이 없었다.

그는 사람으로서 늙을 수 있을 만큼 늙었기 때문에 그 이상 더 늙지도 않았다.

그는 단순히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그렇게 계속 살았다.
마침내 생명책에서 그의 이름이 있는 쪽이 발견된 것은 백 년, 이백 년, 몇 백 년이 훨씬 지난 때였다.

그래서 동방삭을 하늘로 데려갈 저승사자를 보냈다. 그 사자는 물론 영혼이었지만 사람의 형상을 했다.

마치 눈 먼 거지의 딸 심청처럼 저승사자는 조객 차림으로 변장하고 넓은 삿갓을 쓰고 동방삭을 찾으러 이 세상 이곳 저곳으로 헤매고 있었다.

이쯤 되어서 동방삭은 그의 오랜 세월의 인생에 익숙해졌다. 별로 파란곡조 없이 그의 생활은 평탄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강둑 위에서 낚시를 하는 즐거움으로 보냈다. 그 노인은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저승사자라도 와서 그를 잡아갈까봐 제일 두려워했다. 그래서 육십 년마다 그는 새 이름으로 고치고 새 마을로 옮겨서 아무도 그를 추적할 수 없게 했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낚시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해서 그 저승사자는 언제나 강둑 위에서 낚시를 하며 앉아있는 이 늙고 늙은 노인에 대해 소문을 들었다.

저승사자는 그가 혹 자기가 찾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를 잡기 위한 함정를 계획했다.

동방삭이 낚시를 하고 있는 곳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정승사자는 여러 숯가마를 강물 속에 던졌다.

그 숯검정이가 강물을 마치 먹물처럼 흐려 놓았다. "자네는 여기서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는가?" 동방삭은 그의 낚시를 망쳐 버린 숯검을 발견하고 이렇게 다그쳤다.

"존경하옵는 할아버님, 저는 그저 제 숯을 씻고 있을 따름인데요. 곧 그 숯은 할아버지께서 입고 계신 두루마기처럼 희어질 것입니다요" 저승사자는 말했다.

"저, 저런! 내가 구백년을 이 땅에 살아왔지만 검정 숯을 하얗게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너처럼 어리석은 인간을 내 생전에 본 적이 없네."라고 고개를 저으며 노인은 소리쳤다.

그때 저승사자는 매우 기뻤다.
그는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을 찾은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동방삭을 저승으로 데려갈 기회가 올 것을 고대하며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 늙은 동방삭을 따라다녔다.

그를 오랫동안 미행했기 때문에 동방삭도 그가 누구라는 것쯤은 추측할 수 있었다.

"선비님, 참 용감하기도 하구려. 이런 시골길은 아주 위험하지요. 이렇게 멀리 혼자 여행하는 것이 두렵지도 않소?" 동방삭은 어느 날 그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나는 시골길도 두렵지가 않고 어떤 위험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내가 두려운 것이 있다면 단 네 가지 물건뿐이랍니다. 그것들이 있는 곳에는 나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는답니다."라고 동방삭 만큼 재치롭지 못한 그 저승사자는 대답했다.

"당신 같은 위인이 두려워하는 그 네 가지 물건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동방삭은 공손히 물었다.

"엄나무의 가지, 황소의 발굽, 뚝새풀, 그리고 소금자루 들이랍니다. 그 네 가지를 한데로 묶으면 나를 죽음으로 이끌지요. 그럼 당신은, 존경하는 할아버님, 무엇이 가장 두렵습니까?"라고 저승사자도 물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살아온 동방삭은 아주 능란하고 현명하게 기교를 부릴 수 있었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구운 돼지 새끼와 막걸리이지요." 그는 저승사자에게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들이 걷던 길가에서 동방삭은 엄나무 밑에서 자라나고 있는 뚝새풀을 보았다.

그리고 길 한쪽 편에 짚으로 만든 황소발굽과 낡은 빈 소금자루가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동방삭은 얼른 황소발굽과 빈 소금자루를 주워 가지고 엄나무 밑으로 몸을 피했다.

동방삭은 머리 위에 늘어진 엄나무 가지 하나를 꺾고 그의 발 밑에서 뚝새풀을 좀 모아서 부적을 재빨리 만들었다.

저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안전한 거리로부터 그 불행한 저승사자는 동방삭에게 엄나무 아래로부터 나오기를 간청했다.

저승사자는 소리치며 광란했지만 그 부적 때문에 감히 동방삭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 때 저승사자는 동방삭이 제일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한 말이 생각났다.

마을로 가서 구운 돼지 새끼와 막걸리 한 동이를 가져온 저승사자는 동방삭을 엄나무 밖으로 쫓아내기를 고대하면서 돼지 새끼와 막걸리동이를 그에게 던져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자는 동박삭이 구운 돼지 새끼를 허겁지겁 뜯어먹고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자는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사자는 그날도 동방삭을 하늘로 데려갈 생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동방삭이 저승사자를 이긴 것은 아니었다. 사자는 하늘로 돌아가지 않았고 추격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자는 동방삭이 엄나무 가지와 뚝새풀, 황소발굽과 소금자루를 한데 묶은 그 꾸러미를 깜빡 잊고 지니지 않고 다니는 기회가 오기를 고대하며 백년동안이나 동방삭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마침내 저승사자의 그 끈질긴 인내가 보상 받았다. 어느 날 동박삭은 그만 깜빡 잊고 그 훌륭한 부적을 지니지 않은 채 낚시를 갔다가 저승사자에게 잡혀 하늘나라로 끌려가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부터 동방삭과 부적의 비밀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악귀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 부적은 사람이 때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마당으로부터 많은 나쁜 악귀들을 몰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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