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 본뜻을 묻다

동물도 제사를 지내는데, 인간이 어찌 이를 게을리하랴
자연을 지켜보면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떼 지어 다니는 코끼리 무리는 죽은 동료의 뼈 앞에서 멈춰 서고, 긴 코로 그 뼈를 어루만진다.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마치 추모의식을 거행하듯 애도의 기운을 품는다.
까마귀 무리 또한 죽은 동료가 있던 자리에 함께 모여 울음을 토하며, 한동안 머물다 떠난다. 이 현상은 생물학자들에 의해 ‘동물의 장례 행동’으로 관찰되고 있다.
인간은 어떠한가?
말을 하고, 문자를 쓰고, 의식을 구성할 수 있는 고등한 존재이면서, 정작 조상을 기리고 삶의 뿌리를 되새기는 제사 문화를 외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사는 단지 의례가 아니라 ‘기억’의 실천이다
제사란 단순히 음식을 차리고 절을 하는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하고, 감사하며, 다짐하는 과정이다.
내가 이 땅에 존재하게 된 뿌리는 어디서 왔는가? 부모와 조부모, 그 윗대의 삶과 고생, 그들이 겪은 전쟁과 기근, 기쁨과 슬픔을 되새기며 우리는 존재의 연속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오늘의 내가 형성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제사는 살아있는 전통이며, 영혼과 이어지는 다리가 된다.
전통 제사는 ‘신과 조상’과 이어지는 대화
무당과 법사들이 치르는 굿과 제례 역시 그 본질은 같다.
조상과 신령, 자연의 정령에게 감사와 바람을 올리는 의례이며, 그것은 영적 대화의 장이다.
무당이 올리는 축원문, 경문, 그리고 한 술상에 올리는 정성 어린 음식 하나하나는 모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그런데 요즘은 "제사는 귀찮다", "현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사를 없애거나, 형식만 남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마치 뿌리를 자르고 나무만 키우려는 것과 같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동물도 죽은 이를 기리고, 인간은 더한 예를 갖춰야 한다
코끼리와 까마귀처럼, 동물조차도 죽은 이의 존재를 기억하고 느끼며 애도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기억을 글로 남기고, 목소리로 전하며, 후손에게 전통을 물려주는 존재다.
제사는 단지 조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후손에게 삶의 질서를 전하는 교육이자, 인간됨의 뿌리를 다지는 일이다.
제사를 다시 생각하자
제사는 거창할 필요 없다. 소박해도 된다. 중요한 건 마음과 진심이다.
조상 앞에 술 한 잔, 밥 한 그릇을 올리며 “당신이 있었기에 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
우리는 가장 인간다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도 제사를 지내거늘, 인간은 어찌 그 마음을 잊을 수 있으랴.
성수청 대표 전이표 巫峰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