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염매, 진짜 존재하는가?"

SBS드라마 <귀궁> "염매, 진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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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귀궁> "염매, 진짜 존재하는가?"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귀궁>이 무속과 전통신앙의 세계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극 중 악역인 맹인 판수가 주인공에게 저주를 가하는 장면에서 “염매(厭魅)를 걸었다”는 대사가 등장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염매’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단순한 극적 장치일까요? 무속의 관점에서 염매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오랜 전통 속에서 전해지던 주술의 한 갈래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를 실제로 쓰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왜일까요?


염매란 무엇인가?


염매(厭魅)란, 사람을 저주하거나 병들게 하기 위해 행하는 주술 행위를 말합니다.

‘염(厭)’은 눌러 해친다는 뜻이고, ‘매(魅)’는 귀신 또는 사령(死靈)을 의미합니다.

즉, 염매는 귀신이나 사령을 동원해 특정 인물에게 해를 끼치려는 주술입니다.


주로 상대의 머리카락, 손톱, 옷 조각 등 신체 일부의 흔적을 이용해 인형에 부착하고, 이를 못으로 찌르거나 불태우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주술은 무형의 원한을 실체화하고, 상대에게 병, 불행, 이탈,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역사 속 염매, 실제 기록으로 남다


염매에 대한 기록은 고대 중국은 물론,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에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삼국사기』에는 궁중 내에서 서로를 해치기 위한 염매가 벌어졌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염매술을 행하다 발각된 이들이 역모죄에 준하는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도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염매술에 사용되는 인형, 부적, 피, 동물심장 등이 압수되며 불에 태워지는 장면이 자주 기록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염매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해 행위이자 ‘살(殺)’의 기운으로 간주했습니다.




현대 무당, 염매를 왜 금기시하는가


드라마 속 맹인 판수처럼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염매를 사용하는 설정은, 분명 극적인 재미를 주지만 현실의 정통 무가(巫家)에서는 철저히 금기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염매는 반드시 그 살(殺)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염매는 사령과 악기를 다루는 주술입니다. 그 힘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하며, 만약 그 주술이 실패하거나 대상자가 보호받는 경우, 그 기운은 시전자 혹은 그 후손에게 되돌아오는 살기(殺氣)로 작용합니다. 이를 무속에서는 ‘살이 튄다’, ‘엎친다’, ‘신이 끊긴다’고 표현합니다.


정통 무당은 살을 놓는 것(살풀이)은 하되, 살을 거는 행위(염매)는 절대 금합니다. 그것은 신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자, 자신의 신줄(神線)을 스스로 끊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염매는 존재했으나, 이제는 멀리해야 할 그림자


염매는 분명 예전에는 존재했고, 실제로 행해지던 주술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불행을 낳았고, 무속의 세계에서도 이를 다룬 자들은 대개 신벌(神罰)이나 귀신의 혼란 속에 빠진 자로 기억되었습니다.


오늘날 진정한 무가는 사람을 저주하기보다, 그 삿된 기운을 풀고 바르게 되돌리는 일, 즉 정기(正氣)를 살리는 일을 사명으로 삼습니다.


염매를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소비하지 말고,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며 어떤 힘을 멀리해야 하는지를 되새기길 바랍니다.

진정한 무가의 길은 살을 걷어내고, 생명과 평안을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수청 대표 전이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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